훑어본 건 남고, 정한 건 안 남는다
대표 화면을 돌리면 매주 훑어본 자료는 쌓입니다. 그런데 대표가 그걸 보고 뭘 정했는지는 대표 머릿속과 카톡 한 줄에만 있습니다. 세 달 뒤 "우리 그때 왜 B점 인력을 늘렸지?"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논문이 빌린 조직 이론은 회사를 "어떤 문제를 누가 풀지 나누는 장치"라고 합니다. 그 장치가 배우려면 어느 문제가 어디서 어떻게 정해졌는지 남아야 합니다. 안 남으면 같은 문제를 매번 처음부터 풉니다.
시험 문제를 풀고 답만 적고 풀이를 안 남기면, 다음에 비슷한 문제가 나왔을 때 또 처음부터 푸는 것과 같습니다.
결정 기록 한 장
한 장에 들어가는 건 이런 것들입니다. 무엇을 정해야 했나 — 한 문장. 어떤 선택지가 있었나 — 고른 것과 안 고른 것. 왜 이걸 골랐나 — 한 문단. 누가, 언제. 언제 다시 볼 것인가 — 2주 뒤, 한 달 뒤, 분기 뒤. 그래서 어떻게 됐나 — 다시 볼 때 채웁니다.
마지막 칸이 핵심입니다. 결정만 적고 결과를 안 적으면 기록이지 학습이 아닙니다. 결과가 붙어야 다음 결정의 근거가 됩니다.
칸이 정확히 몇 개고 어떻게 생겼는지는 회사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마음컴퍼니는 진단에서 우리 회사 한 장을 같이 만듭니다.
AI는 결정 앞까지
결정 기록에서 AI가 하는 일과 안 하는 일이 분명합니다.
선택지 만들기 — "2호점 출점" 질문에 출점, 보류, 기존점 확장, 온라인 강화 네 가지를 초안으로. 사람이 빼거나 더합니다.
근거 모으기 — 각 선택지에 회사 기억에서 과거 비슷한 결정과 결과, 대표 화면에서 지금 숫자, 필요하면 바깥 정보. 출처를 붙여서.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 출점하면 6개월 현금 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몇 가지 경우로.
여기까지가 AI입니다. 어느 선택지를 고를지는 사람이 합니다. AI가 "출점하세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고르고, 왜 골랐는지 한 문단을 씁니다. 그 한 문단이 회사의 것입니다.
카페 2호점
무엇을 — 2호점을 내년 1분기에 낼 것인가.
선택지 — AI가 네 개를 냈고, 대표가 "프랜차이즈 가맹" 하나를 더했습니다.
근거 — AI가 모았습니다. 최근 6개월 매출과 손님당 매출 추이. 작년에 좌석을 늘렸던 결정과 그 결과(매출은 올랐지만 회전율은 떨어짐). 근처 상권 자료. 출점하면 6개월 현금 흐름 세 가지 경우.
결정 — 대표가 "3분기로 보류"를 골랐습니다. 이유: 작년 좌석 확장 때 회전율이 떨어진 걸 보면 지금 1호점을 더 돌리는 게 먼저. 다시 볼 때는 6월.
6월이 되면 대표 화면에 이 기록이 올라옵니다. 대표가 "그래서 어떻게 됐나"를 한 문단 적습니다. 그 기록이 다음 출점 논의의 근거가 됩니다.
안 적히는 결정 = 반복되는 회의
결정 기록이 없는 회사의 증상은 하나입니다. 같은 회의를 반복합니다. "2호점 어떻게 할까"를 분기마다 처음부터. 지난번 논의가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조직 편에서 "AI 넣기 전에 걷어낼 것"으로 기록 없는 결정과 불필요한 회의를 들었습니다. 같은 원인입니다. 결정 기록 한 장이 둘 다 줄입니다.
그리고 그 기록이 쌓이면 논문이 말한 "조직에 미리 쌓아 둔 것"이 됩니다. 돈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왜 정했는지 아는 것". AI를 먼저 흡수한 회사가 두껍게 갖고 있던 게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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